Subject [기고] 뿌리산업 육성, 인내 가져야 결실_2017.11.25_머니투데이
Date 2017-11-25 00:57 Hit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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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지진이 발생하면 대나무 숲으로 피하라는 말이 있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큰 지진도 굳건히 버텨내는 대나무 군락의 견고함을 잘 드러내주는 말이다.

히로시마 원폭 이후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했어도 대나무만큼은 살아남아 새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었다고 한다.

이런 강인한 생명력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길고 넓게 퍼지는 대나무 뿌리에 있다. 

마디마디 엮인 대나무 뿌리는 한 평당 350m까지 지면 아래로 뻗을 만큼 단단히 땅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 한 명 누워있기도 좁은 자리에 그렇게 깊고 단단한 뿌리가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뿌리산업도 다르지 않다. 70년대 석유파동, 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때마다 뿌리산업이 든든하게 버티어 주었기에 우리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자동차, 조선, 항공 등 주력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배경에도 뿌리산업이 있었다.

산의 높이만큼 깊고 멀리 뻗은 대나무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제품의 최종 품질과 가치를 결정하는 뿌리산업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온 것이다. 

그 뿐 아니다. 뿌리기술은 인체에 체화되는 기술로 많은 시간을 공들여 그 일을 해야만 얻어 낼 수 있는, 많은 경험과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다.

IT기술처럼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독보적인 방법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현장에서의 시간과 경험이 쌓이게 되면 그 누구도 똑같이 할 수 없는 자신만의 비결이 되는 것이다. 

독일, 일본 등이 제조 강국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는 것도 바로 이렇게 높은 수준의 뿌리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계시장에서의 기술경쟁력과 성장성을 기준으로 선정하는‘월드클래스300’의 지위를 얻은 266개 기업 중 46개(17%), 제조 중소기업 13만개 중 2.7만개(19.4%)가 뿌리기업이라고 하니, 이름 그대로 산업의 뿌리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뿌리산업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성장의 둔화, 뿌리기업의 영세성, 3D산업 이미지로 인한 인재들의 취업기피, 그리고 환경입지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주조, 소성가공 업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술인력의 고령화로, 표면처리 업종은 환경규제의 심화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열처리 업종 역시 에너지 비용에 따른 원가상승과 장시간의 노동시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용접은 조선 산업 침체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고 금형산업은 10인 미만 소공인이 75%에 이를 정도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뿌리산업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기술역량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핵심기술을 발굴하는 등 다양한 전략으로 해결책을 내세우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공정을 혁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속가능 뿌리산업 육성”을 비전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IT산업과 융합 등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물론 기업이 중심이 되어 위기의식을 가지고 혁신방법을 모색하는 자구노력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근시안적인 미봉책보다는 백년대계를 세우듯 튼튼하게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대나무가 죽순을 올리려면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대나무숲이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가는 대를 솎아주는 일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빨리 결과를 보려고 서두르는 것보다는 꾸준한 투자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죽순이 “대나무 끝에서 3년 산다”는 말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인내를 가지고 뿌리를 돌봐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자신을 품은 산보다 넓고 깊게 뻗어나가는 대나무 숲처럼 뿌리산업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굳건히 뻗어나가길 바란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성일 원장 

 

이성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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